API 호출 한 줄의 무게 네트워크 지연 스레드 블로킹을 고려한 실전 코드 설계법

“이 API 한 줄이면 끝나겠네.” 개발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그 한 줄이 실제로는 수백 밀리초의 네트워크 지연, 수십 개의 스레드 블로킹, 그리고 예기치 못한 타임아웃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저도 초기에 외부 결제 API를 단순히 await fetch()로 호출했다가, 트래픽이 몰리는 순간 서버 스레드가 모두 대기 상태에 빠져 장애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API 호출은 단순한 함수 호출이 아니라, 시스템 간의 약속이자 리스크 포인트입니다. 이 글에서는 Java, Kotlin, Node.js, Go 등 다양한 환경에서 API 호출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실전 설계법을 공유합니다.

 

 

네트워크 지연은 코드의 일부다

API 호출은 항상 네트워크를 거칩니다. 즉, 호출 시점부터 이미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DNS 조회, TCP 연결, SSL 핸드셰이크, 서버 응답까지 모든 단계가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죠. 저는 Node.js에서 외부 API를 호출할 때, 단순히 axios.get()만 사용했는데, 실제로는 평균 200ms의 지연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keep-alive 옵션을 활성화하고, 커넥션 풀을 재활용하니 응답 속도가 30% 이상 개선됐습니다. 네트워크 지연은 피할 수 없지만, 예측하고 흡수할 수는 있습니다. 타임아웃, 재시도, 백오프(backoff) 전략을 코드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레드 블로킹의 숨은 비용

Java나 C# 같은 스레드 기반 언어에서는 API 호출이 블로킹 I/O로 동작할 수 있습니다. 즉, 응답이 올 때까지 스레드가 대기 상태에 머무는 것이죠. 이게 몇 개 안 되면 괜찮지만, 수백 개의 요청이 동시에 발생하면 스레드 풀이 금세 고갈됩니다. 저는 Spring Boot에서 RestTemplate을 사용하다가 이 문제를 겪었고, 이후 WebClient로 전환하면서 비동기 논블로킹 구조로 바꿨습니다. 그 결과, 같은 하드웨어에서 처리 가능한 동시 요청 수가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스레드는 자원입니다. API 호출 한 줄이 스레드 하나를 점유한다면, 그 한 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비동기와 동시성의 균형 잡기

비동기 호출은 성능을 높이지만, 코드 복잡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Kotlin의 suspend 함수나 JavaScript의 async/await는 비동기를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해주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컨텍스트 전환 비용이 존재합니다. 저는 Kotlin 코루틴을 사용할 때, 모든 API 호출을 병렬로 처리하려다 오히려 CPU 부하가 급증한 경험이 있습니다. 해결책은 간단했습니다. **적절한 동시성 제한(concurrency limit)**을 두는 것이죠. 예를 들어, CoroutineScope에서 Semaphore를 사용해 동시에 실행 가능한 요청 수를 제한하면, 시스템이 훨씬 안정적으로 동작합니다.

 

 

Go에서 배우는 ‘가벼운 호출’의 미학

Go는 고루틴(goroutine) 덕분에 수천 개의 API 호출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루틴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저는 한 번에 1만 개의 외부 API를 호출하는 코드를 작성했다가, GC 부하와 소켓 에러로 서버가 다운된 적이 있습니다. 이후 worker pool 패턴을 적용해 고루틴 수를 제한하고, context.WithTimeout으로 각 요청의 생명 주기를 관리하니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Go의 장점은 단순함이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도 리소스 제어의 감각이 필요합니다.

 

 

API 호출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다섯 가지 원칙

• 1. 타임아웃은 필수다: 네트워크는 언제든 느려질 수 있습니다. 타임아웃이 없는 호출은 잠재적 장애입니다.
• 2. 재시도는 신중하게: 무조건 재시도하면 서버에 더 큰 부하를 줄 수 있습니다. 지수 백오프(Exponential Backoff)를 적용하세요.
• 3. 호출을 병렬화하되, 제한을 두라: 동시성은 성능의 열쇠지만, 제어되지 않으면 폭탄이 됩니다.
• 4. 캐싱과 배치 처리로 호출 수를 줄여라: 같은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요청하지 말고, 캐시나 배치 API를 활용하세요.
• 5. 장애를 가정한 설계를 하라: 외부 API는 언제든 실패할 수 있습니다. Circuit Breaker 패턴으로 시스템을 보호하세요.

 

한 줄의 호출을 설계하는 개발자의 태도

API 호출은 단순한 코드가 아니라, 시스템 간의 신뢰를 표현하는 계약입니다. 호출 한 줄이 서버의 리소스를 얼마나 점유하는지, 실패했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응답이 늦어질 때 사용자 경험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이제 API를 작성할 때마다 “이 한 줄이 1000번 호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먼저 상상합니다. 그 상상력이 바로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첫걸음입니다.